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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써비달리기일지

2024년 3월 14일 달리기

오늘의 목표는 달리기 자체를 즐기기

 

유발하라리가 말했다.

밀이 인간을 길들였다. 농사는 대 사기극이다.

 

나도 한마디 한다.

최첨단 장비가 나를 길들였다.

애플워치는 대 사기극이다.

 

거리와 시간, 페이스, 심박수를 통해 피드백을 받고 운동능력을 올바르게 향상시키는 것은 매우 좋다.

다만, 달리기의 즐거움을 반감시키긴한다.

 

진정한 자유인이 되려면 시계도 차지 않았어야하지만,

최소한의 피드백 (도착 후)을 위해서 차고 달려나갔다.

 

아직은 앙상한 가지들이 대부분이지만 봄이 온다는 것은 녀석들도 느끼고 있었다.

새순이 올라오는 이름모를 나무들도 있었다.

 

박완서 작가는 말씀하셨다. (글을 쓰셨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처음 가보는 코스로 가봤는데, 긴 직선과 유동인구도 적은 아주 완벽한 곳이었다.

물론 이 시간에는 어디에도 유동인구는 적겠지만.

 

생각에 집중하니 별의별 생각도 다 떠올랐다.

다만 지금은 대부분 휘발되었다. 

도착 즉시 일지를 적었었다면 꽤나 방대한 분량이 되었으리라.

 

중간에 푸시가 왔을 때 (아마도 1킬로 당 알림)

계속 무시를 잘하다가 나도 모르게 도마뱀 뇌 새끼가 시계를 보았다.

순간 

아.. 시계도 두고 올걸..

이라는 생각을 잠시 하고 다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나는 말한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웠는데,

가본 길이 되자마자 길고긴 직선 거리가 너무도 지겹다.

 

처음으로 3일 연속 달리고 나니 오늘 아침에는 문득 귀찮기도 하고 몸을 회복하자라는 핑계도 생겼었다.

내일은 모처럼 주말이니 140이하 심박수로 1시간을 뛰어봐야지.